빛으로 온도를 측정하는 빈의 법칙

온도와 철

철은 온도에 따라 상태가 달라진다.
순철 : 상온(16℃ 전후)에서 순수한 철은 은회색 빛을 띤다. 하지만 채굴된 철광석은 검붉은 색을 띤다. 철광석에는 철과 함께 탄소, 산소, 규소, 질소와 같은 물질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연철 : 철광석을 용광로에 넣고 온도를 1,000℃까지 올리면 부드러워지는데, 이것을 연철이라 한다. 엿이나 젤리 같은 상태가 되어 두드리고 때리면 모양을 바꿀 수 있다. 두드리고 때리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떨어져 나간다.
선철 : 용광로의 온도를 1,500℃이상 높이면 철이 물처럼 줄줄 흐르는데 이것이 선철이다. 선철은 연철보다 불순물이 적고 강도는 훨씬 강할 뿐만 아니라, 액체 상태여서 모양이라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독일의 물리공학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철의 상태가 온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을 했습니다. 온도에 따른 철 상태의 세세한 변화를 아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고 품질의 철을 생산하기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었으며, 연구원들과 물리학자등의 열의에 찬 연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그리하여 19세기말 드디어 중요한 결과를 도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용광로 온도 재는 방법

1896년 물리공학 연구소의 빌헬름 빈은 자신의 이름을 딴 '빈의 법칙'을 발표하였습니다. 빈은 이 업적으로 1911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당시에 온도계는 수은 온도계가 최고 성능의 온도계였습니다. 수은은 녹는점이 영하 37℃ 정도이고, 끊는점이 356℃ 정도인데 수은 온도계는 이 사이의 온도를 잴 수 있습니다. 하지만 1,500℃를 넘나드는 용광로의 온도는 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빌헬름 빈은 "우수한 철을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온도를 정확히 측정해야 하는데, 온도계를 사용할 수 없으니 이를 어쩐다?" 다들 이런 고민을 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빈이 방법을 알아내었습니다. 빈의 법칙은 온도와 철의 상태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온도와 열의 관계를 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빈의 법칙을 사용하면 철이나 용광로의 온도뿐만 아니라, 별과 같은 천체의 온도까지 계산할 수가 있습니다. 온도 측정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방법입니다.
빈의 법칙에 담긴 온도 측정의 원리는 빛으로 온도를 측정한다. 빛으로 온도를 측정하다니? 뚱딴지같은 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건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입니다. 온도가 변하면 빛의 색깔이 달라지는데 용광로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빛의 색깔이 빨강에서 주황을 거쳐 흰색으로 변한다.
빈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 원인은 무었일까?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으로 나누어진다. 이 색들은 저마다의 파장이 있다. 무지개 색의 파장은 빨강이 가장 길고, 보라가 가장 짧다. 빨강보다 파장이 긴 빛은 '적외선'이라 하고, 보라보다 파장이 짧은 빛은 '자외선'이라고 합니다.
용광로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빛은 빨강에서 흰색으로 변한다. 이는 용광로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촛불의 심지를 보면 온도에 따라 색이 다르다. 이러한 사실은 온도와 색깔은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색깔과 파장이 관련이 있고 온도와 색깔이 관련 있으니 파장과 온도는 관련이 있으며, 파장을 알면 온도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빛의 파장을 측정하면, 빛을 방출한 물체의 온도를 구할 수가 있습니다. 파장을 정밀히 측정할수록 온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점이 발견되었습니다. 파장이 긴 경우에는 빈의 법칙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등 유럽의 물리학자들이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해결책은 1900년 초 영국에서 나왔습니다. 영국의 물리학자 존 레일리가 파장과 온도 사이의 법칙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레일리·진의 법칙'이라고 발표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레일리·진의 법칙은 빈의 법칙과는 반대로, 파장이 짧은 영역에서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물리학자들은 당혹스러워했습니다. 중간 지대에서는 빈의 법칙이나 레일리·진의 법칙이 모두 잘 들어맞았지만, 빈의 법칙은 파장이 긴 영역에서 레일리·진의 법칙은 파장이 짧은 영역에서 잘 맞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답을 선뜻 내놓지 못했습니다.